한 소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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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약속을 지키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꿈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1950년대 초반에 남부 캘리포니아의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었다. 한 어린

소녀가 여러 권의 책을 힘겹게 들고 가서 도서관 사서의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소녀는 책벌레였다. 집에도 부모님이 많은 책들을 갖고 있었지만 소녀가

원하는 책이 언제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소녀는 주말마다 어김없이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곤 했다. 어린이 도서관은 노란 색 건물이었는데, 건물

가장자리엔 갈색이 예쁘게 칠해져 있었다. 그러나 사실 방이 하나밖에 안 되는

그 건물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작은 둥지에 불과했다. 소녀는 갈수록 더 두툼한

책을 찾아서 자주 그 등지로 모험을 떠났다.

  머리가 허연 도서관 사서는 열살 소녀가 고른 책에다 대여 날짜가 적힌

손도장을 찍어 주었다. 그때 소녀는 카운터 위에 눈에 잘 띄도록 진열되어 있는

(신간 서적)을 보았다. 부러움이 금방 소녀를 사로잡았다. 소녀는 다시금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책이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다.

  바로 그날, 소녀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고백했다. 소녀는 도서관 사서에게

말했다.

  "이 다음에 크면 나도 작가가 될 거예요. 그래서 많은 책을 쓰겠어요."

  사서는 도장을 찍다 말고 미소를 지으며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어린이들이 곧잘 듣는 형식적인 격려가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을 갖고 소녀에게

말했다.

  "나중에 네가 책을 쓰거든 우리 도서관으로 가져오너라. 그러면 우리가 그

책을 바로 여기 이 카운터 위에다 잘 보이게 진열해 주마."

  소녀는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소녀는 나이를 먹고, 소녀의 꿈도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소녀는 첫 번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방 신문에 간단한 인물

프로필을 써 주고 1달러 50센트씩을 받은 것이다. 자신의 글이 신문에 실린 마술

같은 일에 비하면 돈의 액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책을 쓰는 일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고등학교 때 소녀는 학교 신문 편집 일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결혼을

했으며, 자신의 가정을 꾸려 나갔다. 하지만 글을 쓰겠다는 소망이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를 쿡쿡 찔렀다. 그녀는 주간으로 발행되는 어느 신문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얻었다. 학교 소식란을 그녀가 책임졌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일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책은 탄생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마침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몇 달에 걸려서 완성한 원고를 두 곳의 출판사에

보냈지만 이내 거절당했다. 슬픈 마음으로 그녀는 원고를 서랍에 감췄다. 몇

해가 흘러 문득 옛날의 꿈이 되살아났다. 그녀는 다시 새로운 책을 썼다. 그리고

예전에 감춰 뒀던 원고까지 꺼냈다. 마침내 두 원고 모두 출판 계약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책의 출판은 신문이 나오는 속도보다 훨씬 느렸다. 그녀는 그로부터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저자 증정본이 상자에 담겨 문 앞에 배달되는 날

그녀는 서둘러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꿈을 두 손에

받아 들기까지 너무도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렸을 때 도서관 사서가 한 말을 기억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약속까지도.

  물론 그 사서는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뒤였다. 작은 도서관도 큰 건물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도서관으로 전화를 걸어 책임자 되는 사서의 이름을 받아 냈다. 그녀는

사서에게 보내는 편지에다 전임 사서가 어린 소녀에게 한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는가를 설명했다. 얼마 후면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기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그 마을로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 두 권을 증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녀는 편지에다 썼다. 열살

소녀에게는 그것이 너무도 소중한 기억이었을 뿐 아니라, 책을 증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모든 사서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도서관 사서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꼭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저서 두 권을 들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새로 지어진 큰 도서관은 옛 고등학교 길 건너편에 세워져 있었다. 그녀가

작가가 될 사람에게는 전혀 필요치 않을 것 같은 수학 문제와 씨름하던 교실

바로 맞은편이었다. 그녀가 살던 집 근처에 서 있던 시민 회관을 헐고 이 커다란

도서관을 건립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서가 나와서 따뜻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사서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방신문 기자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오래 전에 글을 실어 달라고 애원하던 그 신문사의 기자였다.

  그녀는 사서에게 자신의 저서들을 증정했다. 책을 받아 든 사서는 그것들을

소개의 글과 함께 카운터 위에 세워 놓았다. 감격의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런 다음 그녀는 사서를 한번 포옹하고 나서 도서관을 나섰다. 떠나기 전에

그녀는 도서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꿈은 실현될 수 있으며 약속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그 사진이 말해 줄 터였다. 비록 38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뒤일지라도.

  열살 먹은 소녀와, 작가가 된 그녀가 나란히 도서관 팻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 팻말 옆 게시판에는 큼지막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잔 미첼 돌아온 걸 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