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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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갑자기 잠이 깨었다. 새벽 네 시였다. 매일 그 시간이면 소젖을 짜러

가기 위해 아버지가 그를 깨웠었다. 어렸을 때의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벌써 30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새벽 네 시면 잠이 깨곤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하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제 와서 크리스마스가 흥분될 일이

무엇인가? 그의 자식들은 이미 다 성장해서 집을 떠났으며, 그는 텅

빈집에서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엊저녁 아내는 그에게 말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일 다듬어요. 여보. 오늘은 너무 피곤해요

그래서 그 나무는 아직 뒷문밖에 놓여 있었다.

웬일로 오늘밤은 이토록 정신이 또렷한 걸까? 아직도 밤이었다. 별들이

선명했다. 달은 없었지만 별들은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 이제 생각하니

크리스마스 새벽에는 항상 별들이 크고 선명했던 것 같다. 다른 별들보다

더 크고 더 빛나는 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별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밤새도록 먼 하늘을 이동해 온 것처럼 당시에 그는 열

다섯 살이었고 아직 아버지의 농장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되어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 그날 그는 우연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을 엿들었다.

"여보, 난 새벽마다 로버트를 깨우는 게 싫소. 그 앤 한창 자라고 있고

잠이 필요한 나이요. 내가 깨우러 갈 때마다 얼마나 곤히 자고 있는지! 나

혼자서 소젖 짜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아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그 애는 이제 어린애가 아녜요. 제 할일을 해야 할 때라구요."

"그건 그래."

아버지가 마지못해 대답하셨다.

"하지만 난 정말 그 앨 깨우는 게 싫소."

이 대화를 들었을 때 그는 무엇인가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아버지가

그만큼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새벽마다 늑장 부리거나

두세 번 아버지가 깨울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그날 이후 그는

아버지가 부르자마자 잠이 가득한 눈을 부비면서도 얼른 일어나 옷을 들쳐

입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 되었다. 그해에 그는 열다섯살이었다. 그는

내일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 누워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10센트 균일 상점에 가서 아버지에게

드릴 넥타이 하나를 샀다. 그것도 멋진 선물이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그는 옆으로 누워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서 다락방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중의 어떤 별

하나는 마치 베들레헴의 별처럼 특별히 빛나고 아름다웠다.

어렸을 때 그는 아버지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아빠 마굿간이 뭐예요

아버지가 말했다.

"소들이 있는 우리 집 가축 우리와 똑같은 곳이란다."

예수가 가축 우리에서 태어났고, 그 가축 우리로 양치기들과 현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갖고 왔다니!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저 밖 가축 우리에다 아버지에게 드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네시 전에 일어나 몰래

축사로 기어가서 소젖을 다 짜 놓는 거다. 혼자서 일을 끝낸 다음

청소까지 마쳐 놓으면 아버지가 우유를 짜러 오셔서는 내가 해 놓은 일을

보시겠지. 아버지는 누가 그렇게 했는지 금방 아실 것이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꼭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하려면 너무 깊이

잠들어선 안 돼.

그는 도중에 스무 번도 넘게 깨었다. 그리고는 성냥을 켜서 낡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자정이었다. 그 다음에는 1시 반이었고, 또 그

다음에는 2시였다.

새벽 2시 45분이 됐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꿰입었다. 그런 다음

살금살금 계단을 기어 내려가 삐걱대는 마룻바닥을 지나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붉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큰 별이 축사 지붕 위에 낮게 걸려

있었다. 암소들이 졸린 눈으로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암소들도 너무

이른 시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소들에게 건초 더미를 날라 준 뒤 소젖 짜는 양동이와 큰 양철 우유

통들을 운반해 왔다. 아버지가 놀랄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침착하게 소젖을 짜기 시작했다. 두 개의 강한 젖줄기가

향기로운 거품을 내며 양동이 속으로 떨어졌다. 다른 날보다 일하기가

쉬웠다. 소젖 짜기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작업을 마쳤다 두

개의 우유 통이 가득 채워졌다. 그는 우유 통 마개를 닫은 다음 우유 보관

창고로 옮겨다 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빗장을 거는 것도

잊지 알았다. 연장들도 문 옆 제자리에 갖다 놓고 양동이는 깨끗이 씻어

걸어 두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축사를 나와 문을 닫아걸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얼른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일어나는 기척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헐떡거리는

숨을 감추려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써야만 했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로버 트!"

아버지가 그를 소리쳐 불렀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인 건 안다만 우린 일어나서 우유를 짜야 한다 어서

일어나라. 얘야."

"네, 알았어요."

그는 일부러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먼저 나가마."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먼저 시작할 테니 너도 금방 오거라.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는 웃음을 참으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이제

몇 분이 지나면 아버지가 상황을 눈치 채실 것이다.

그 몇 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10분, 15분...아니, 몇 분이 흘렀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문이 열렸지만 그는 여전히 자는 체하며 누워 있었다.  "롭!

"네, 아빠

"너 이놈...

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감동의 눈물이 뒤섞인 기묘한

웃음이었다.

"너 날 놀렸구나?

아버지는 이윽고 그의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불을

잡아당겼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아빠!

그는 얼른 아버지를 껴안았다. 아버지의 두 팔이 그를 힘껏 껴안았다.

어둠 속이라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고맙다, 아들아. 아무도 이렇게 멋진 선물을 내게 준 적이 없구나."

"전 다만 아빠께..."

저절로 말이 끊어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의

가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난 다시 가서 좀더 자야겠구나."

그러나 잠시 후 아버지는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다. 애들이 벌써 일어나기 시작한 것 같구나. 난 여태껏 너희들이

잠에서 깨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난 늘

소들에게 매달려 있었거든. 어서 나오너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옷을 입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이내 별들이 있던 자리에 태양이

솟아올랐다. 얼마나 멋진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던가!

아버지가 어머니와 식구들 모두에게 그가 한 일을 설명했을 때는 그는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으로 다시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받아 본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면

너의 선물을 기억하마, 로버트. 내가 살아 있는 한말이다."

지금 창 밖에서는 그 큰 별이 서서히 지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가운을 걸쳤다. 그리고 살며시 다락방으로 올라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담긴 상자를 찾아냈다.

그는 그것을 아래층 거실로 가져갔다. 그런 다음 나무를 옮겨왔다. 작은

나무였다. 자식들이 모두 떠난 다음부터는 크리스마스트리로 큰 나무를 쓴

적이 없었다. 그는 나무를 받침대에 세웠다. 그런 다음 그것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오래

전 새벽 축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서재로 올라가 아내에게 줄 선물이 담긴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였다. 크지는 않지만 우아한 디자인이었다 그는 선물

상자를 나무에 매달고서 허리를 폈다. 아주 보기 좋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걸 실제로 말한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었다 지금 그는 그들이 젊었을 때보 다 더 많이. 그리고

더 특별한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능력, 그것은

진정한 삶의 기쁨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사랑이 살아 있었다.

그는 갑자기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사랑이 그의 가슴에 살아 있게

된 것은 오래 전 아버지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라고.

바로 그거였다. 사랑만이 사랑을 깨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그는

계속해서 사랑의 선물을 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아침, 그는 그 선물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리라. 그는 아내에게 영원히 간직할 편지를 쓰고 싶었다. 그는

책상으로 가서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펄  벅